[정성글] Blu-ray 디스크의 수명에 대하여
1.
Blu-ray 디스크(이하 BD)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미디어가 늘 그랬듯이 DVD에 이어 BD 발매 초창기에도 이슈가 되었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요 며칠 이슈가 된 소위 '디스크 수명표'라는 건 DP 특히 블게 회원분들이면 그냥 피식 웃어 넘길 꺼리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마침 제 자신도 요 사나흘 굉장히 바쁜 일도 있고 해서 딱히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 헌데 오늘에야 좀 시간이 비어서 찬찬히 관련 게시물을 보자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또 걱정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게시글을 작성해 봅니다.
2.
일단 결론부터 말해서 BD/ DVD 등 광 디스크의 (직접 파손 등의 요소를 배제하고 제시하는)기대 수명은 굳이 한 마디로 말한다면 10-100년입니다.
개중에서 10-20년을 제시하는 경우는 이른바 기대 수명의 '최소값'이며, 그에 비해 기대 '평균값'은 50년 이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과거 BDA(블루레이 디스크 협회) 등에선 100년+알파 간의 보존도 자신한 적이 있지만, 일단 이건 '이상점'(극단값)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선 DVD/BD 기대 수명의 최소값을 10-20년으로 두는 견해는, 디스크 구성 성분(폴리카보네이트, 알루미늄 필름 및 기타 무기물 재료, 보호 코팅층)과 그 열화에 따른 '최악의 예상'(모든 구성 성분의 수명을 가장 짧게 잡았을 때)을 도식화하면 대략 이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 단지 이 최악의 경우라도 DVD에 비해 BD의 수명을 더 높게 잡는데, 그 이유는 BD의 경우 데이터의 보존 밀도가 높아서 데이터 레이어에 무기물 재료를 과거보다 많이 쓸 필요가 있고, 이 무기물 재료의 시간에 따른 열화(경년 열화) 문제가 과거 다른 매체에 비해 대폭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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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으로 BD 제조사이기도 한 파나소닉이 제시한 기댓값 자료는 이러합니다.
(상기 표의 50은 파나소닉 아카이브 그레이드 BD 기대 수명, 15-20은 자기 테이프, 5-10은 하드 디스크)
여기서 언급하는 '파나소닉 아카이브 그레이드 블루레이 디스크'는 현용 블루레이 디스크 상품의 표준안이기도 해서, 현재 여러분이 구입하는 BD/UBD 영화든 게임이든 모두 이 제조 규격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규격은 규격이고 실제로는 불량 재료가 섞여든다든지 프레싱 공정상 불량이 난다든지 하는 이유로, 채 5년도 안 되어 데이터 리딩이 불가능해진 갈변 BD나 생산 직후부터 이미 리딩 에러를 내포한 BD가 섞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들은 이른바 '이레귤러'이지, 이게 '일반적인' 상태는 아닙니다.)
그 파나소닉은 BD를 '장기 보존성' 및 '장기 리딩 가능성'에서 가장 좋은 매체로 언급하면서 위와 같은 도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중에서 BD에 대한 설명을 종합하면 'BD는 5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하며, 활발하게 소비되는 민생용 베이스 포맷이라 리딩 드라이브 역시 30년 이상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비록 영상물 디스크 전용 재생 플레이어의 발매 종료는 오늘내일 하고 있어도, 제조사측이 영상 보드나 단자까지 고려할 필요 없는 순수 디스크 리딩용 ODD 자체의 생산이나 재고는 더 길게 살아 남을 거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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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수명을 10-20년으로 제시하는 측에서도 위와 같이 50-100년 제시측을 부정하거나 허위과장이라고 고발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첫번째로는 BD는 약 15년/ DVD는 약 25년 정도밖에 실제 시간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며 두번째로는 핵심이 되는 BD 구성 성분의 수명이 보존 환경에 따라 워낙 편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디스크에 있어서 수명의 '유전적 요인'은 구성 재료이며, '환경적 요인'은 보존 상태입니다. 구성 재료의 열화 예상 시점은 해당 구성 성분의 수명에 대한 연구에 따라 어느 정도 추측이 되어 있지만, 이것은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한 것은 아니며 이들 개별 구성 성분의 조합(소위 디스크 프레싱에 따른 제작) 및 보호 상태까지 다각도로 고려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수명에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변화도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디스크 역시 이와 같이 고무줄 수명이 기대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입니다.
5.
그 디스크 수명에 끼치는 환경적 요인, 다시 말해서 구성 성분 열화를 '가속'시키는 요소는 크게 강한 빛(특히 직사광선), 고온, 다습, 강한 자기장 < 이 네 가지입니다.(물론 물리적으로 긁거나 부수거나 하는 것도 열화를 촉진하지만, 이건 자연 수명과 관계가 없으므로 차치합니다.)
a. 디스크는 그 기록층의 색소가 자외선에 취약해서 직사광선 아래 방치하면 급격하게 수명이 줄어들고
b. 고온은 몸체에 해당하는 폴리 카보네이트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으며
c. 습기는 디스크의 재질 자체가 전반적으로 수분에 약한 데다가 특히 기록층 화학변화의 촉매가 되기 때문에 픽업에서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읽지 못하게 됩니다.
d. 자기장의 경우는 자기장에 노출된다 해서 기록된 데이터 자체가 HDD처럼 날아가지는 않지만(HDD는 자석 등 자기장 노출 시, 즉시 데이터가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기록된 고유 관리 정보까지 날아가서 HDD 자체도 쓸 수 없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역시나 금속 기록층이 자성을 띄면서 변형되어 결국에는 정상적인 픽업 구동으로 데이터를 읽을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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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BD/DVD를 최악의 예상 수명(10-20년)을 넘어 되도록 길게 보존하려면, 5에서 언급한 열화 가속 요소를 되도록 피해주면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a. 제 케이스에 넣어서 b. 일정 온도와 습도(대개 온도는 섭씨 20도선/ 습도는 40-60 수준. 최적값은 파나소닉 등 복수의 제조 업체에서 섭씨 25도/ 습도 40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에서 크게 변화를 주지 않고, c. 자석 등 자기장이 있는 곳에선 멀리 떨어져서 보존하면 기대 수명을 계속 늘려갈 수 있습니다. 그 끝이 20년일지 50년일지 100년일지는 엄밀히 말하면 '아무도 모른다'이고요.
그럼 이런저런 사항을 고려하시어, 오래도록 즐겁게 좋아하는 컨텐츠를 보존하면서 두고두고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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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